샛강이 흐르는 농장 > 영양교사의 건강이야기

농부의 아내
작성자 :  최미숙 작성일 : 2013-07-10 조회수 : 712

장마철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자 바로 농부의 아내가 된 새댁이 하루 종일 기다리는 것은

해만 뜨면 들에 나가 어둠이 스멀스멀 하늘을 덮어갈 때쯤 지친 몸을 해서

들어오는 신랑이었습니다.

고된 노동에 지쳐서 들어와 밥만 먹으면 코를 고는 신랑을 바라보며

일 년중 가장 기다리던 때가 장마였습니다.

비가 오면 잠시 들의 일을 놓고 집에서 쉴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막상 기다리던 장마가 시작되니 신랑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업장 한 켠에서

부서진 사과상자,포도상자(25년 전엔 상자가 포장단위였음)을 꺼내어 다시 못질을 해서 새 상자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들에 나가 있는 것보단 옆에서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들에만 나가 계시던 시어머님이 집안에 머무시면서 도장(부엌창고)의 모든 물건들을

꺼내어 쓸고, 씻고, 닦고 하시는 것입니다.

갓 시집온 새댁이 어머님이 하시는 일을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 때부터 새댁은 앉아 있을 짬도 없이 어머님을 따라 다니며 집안 곳곳 대청소하는

일로 그 때는 왜 그리 하루가 고단하던지.

다음날은 벽이란 벽은 다 닦고, 그 다음날은 받침을 놓고 올라가 천장이란 천장은

다 닦아 내고...

 

첫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따라만 다니는 그 노동이 얼마나 고단한지

장마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마음이 좋습니다.

메마른 대지에 끊임없이 펌프질을 해서 잎의 목마름을 지키던 나무의 뿌리도

느긋하게 한숨 돌리고 말갛게 씻긴 얼굴에 초롱초롱 물기를 머금은 잎은 이제

사랑을 알아가는 아이의 풋풋하고 생기가 넘치는 얼굴처럼 지나는 저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를 들고 있으면

풀풀 일어나는 먼지가 빗방울에 씻겨 내리듯 내 마음의 분주함도

내리는 비에 고요하게 씻겨 내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비에는 아직도 못 다한 막연한 기다림과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하는 사람이 오늘은 쉴 수 있으려나!

 

비가 개이면

더 푸른 신록으로 이글이글 타는 태양빛도  두렵지 않다고  

꼿꼿하게 머리들며 결실을 향해 달려가는 저 푸른 자연처럼

우리 마음도 더 굳고 단단해져 풍성한 마음의 열매를 많이 맺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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